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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시마 여행, 야쿠시마 종주: 신다카츠카 산장부터 시라타니운수이쿄까지

슬픈온대 2018. 11. 1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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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다카츠카 산장은 무인산장이고, 예약없이 가서 이용하면 된다. 예약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성수기 때는 자리가 없을 수 있다. 
자리의 수는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32명 자리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는 성수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자리가 모자랐다. 아, 어쩐대?

다행히 산장에 먼저 온 일본인 중에 텐트를 가지고 올라 온 사람이 있어서 그들이 우리에게 양보를 해줬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시다!

무인산장이라 완전 푸세식 화장실이나 휴대용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만 있을 줄 알았더니 나름 절약형 수세식이었다. 역시 물이 많은 야쿠시마라 가능한 것인가! 휴대용 화장실은 비닐과 애견 배변패드같은 것이 세트로 있어서 칸 안에 들어가 설치된 틀에 그것을 끼우고 볼일을 본 후 비닐로 싸서 가져가는 방식인데 나는 그것을 사지는 않았다. 

식수를 받기 편할 줄 알았는데, 바로 근처에 계곡이 따로 있지는 않고, 아주 조그만 파이프를 박아놔서 거기서 물이 졸졸졸 흐르는 것을 받아서 식수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물 사용도 어려운 편이었다. 그 물도 바로 마시면 안된다고 나중에 들었는데, 이미 나는 벌컥벌컥 마신 뒤 ^^;;;; 그래도 물 때문에 배가 아픈 적은 없었다.

그런 산장에서 온몸의 아픈 감각이 살아있어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새벽에 엄청난 빗소리를 들으며 일어나 아침을 간단하게 해결하고 하산할 준비를 했다. 비옷을 입고, 방수커버를 씌우고, 난생 처음 스패츠를 해보고-사실 등산을 거의 안해봤으니 뭐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누군가 사슴이 왔다고 소리를 질렀다.


어디어디? 사슴은 숙소 입구 앞, 우리가 식사를 했던 자리 앞에 어슬렁거렸다. 플래시까지 터뜨리며 찍었는데 나온 건 저 하얀 궁뎅이 뿐. 이게 최선입니다! 확실해요! ㅠ.ㅠ 다행인 건 야쿠시마 사슴이 궁뎅이가 하얗다는 것. 한라산에도 궁뎅이가 하얀 사슴인 노루가 사는데..... 노루가 화산섬에 살기 괜찮은 동물인 건가? 몇 컷 더 찍었지만 건진 사진은 이것 뿐. 사슴이 가고 우리도 죠몬스기를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내려가서 만난 죠몬스기. 이렇게 그냥 찍어도



이렇게 셀카로 찍어도 그 크기가 사진으로는 가늠되지 않는다.



비맞고 머리도 못 매만진 츄리~한 모습으로 그래도 웃어 봅시다.



다시 찍어도 얼마나 큰지 안나옴. 역시, 죠몬스기를 좀 더 높은 자리에서 볼 수 있게 만들어 둔 데크에 올라가 다른 분께 사진을 부탁했어야 하나. 그러나 그러기엔 목이 너무 말랐다. 대충 사진을 찍고 죠몬스기 아래쪽 계곡에서 마실 물을 받으러 갔다.


크긴 크구나~ 못생겨서 오래 살아남았다는 삼나무 죠몬스기.

물을 받고 나의 내려가는 속도를 감안해서 또 부지런히 하산 시작. 선두그룹의 꽁무니에서 하산 시작



중간에 거대한 나무 터널에서 사진 한장 박아주고



아무래도 모자를 벗는 게 낫겠어! 다시 한번 셀카



뭔가 거대해보이는 또 다른 나무 앞에서 또 셀카


이번에는 방향을 바꿔서......

니려가며 셀카 몇 번 찍었을 뿐인데 선두그룹의 사람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도 않게 되고, 뒷 그룹의 사람은 죠몬스기에서 오래 사진을 찍는 건지 나타나지 않았다. 이 길이 맞는 걸까 계속 두려워하며 아래로 아래로.......한참 뒤 발자국 소리가 들려 보니 우리의 가이드 빠쌍님.

아주 신중하게 한걸음 한걸음 내려가는 날 보고 "싸목싸목 잘 가시네요. 뒤에 일곱 명 따라옵니다."하고 먼저 내려갔다. 

내려가는 건 쥐약이지만 안 갈 수는 없으니 그저 싸목싸목이 나의 유일한 전략일 밖에




저런 계단과 저런 주목과..... 그런 길들이 윌슨그루터기까지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최근에 죽어 쓰러진 듯한 나무




부부 삼나무



부부삼나무



뭘 배경으로 찍으려고 한 걸까?



이건, 내가 이런 계단을 끊임없이 내려왔다는 걸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찍은 셀카



이건 대왕삼나무였을까? 내려오는 길에 대왕삼나무가 세 군데인가 있었다. 아니 대왕이 왜 그리 많아? 혹시 삼나무의 종류인가?




이렇게 계속 내려가니 아래에서 올라오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기 시작했다. 길이 좁은 곳에서는 한쪽을 기다려줘야 하는.....그렇게 기다리다보니 나는 뒷그룹의 사람들과 만나게 되었다.그리고 뒷그룹의 사람들과 걸어내려가다 가다보니 윌슨그루터기에 도착했다.




윌슨 그루터기에서 각도를 잘 맞추면 보인다는 하트모양 하늘. 새벽에는 엄청 내리던 비가 그치고 햇살이 밝았다.



하트 안으로 보이는 나무가 멋지다.




나는 얼굴이 어둡게 나올 거라 생각하여 지레 안찍고 말았는데 다른 분 찍힌 사진 보니 느낌 쪼아~~



거대한 스머프의 집처럼 보이기도 하는 윌슨그루터기 입구



윌슨 그루터기야, 내가 왔다! 증거로 셀카~



방향바꾼 셀카




저도 찍어주세요! 하며 마구 들이대서 건진 안 셀카 사진. 딱 하나 건졌음 ㅠ.ㅠ



윌슨그루터기 앞 공터에서 잠시 휴식. 다른 분들이 찍은 사진에 마침! 내가 나왔길래 올려 봄. 여기서 사진찍고 쉬다가 다시 하산 시작



이 사진은 내가 찍은 건 아니고 같이 가신 분이 찍었는데 이끼 낀 나무가 너무나도 역동적으로 보여 올려 봄









윌슨그루터기를 지나고 나니 드디어! 그 평지코스라는 산악열차 구간 나옴. 요기는 화장실로 넘어가는 길인데 계곡도 있고 좋아보여 막 찍어달라고 했음




우리는 철길 따라 걷는다. 갑자기 나타난 평지에 나 무지 신남






신나게 신나게 평지를 걸어보아요~ 이때는 아직 스패츠를 벗지 않았다.





뭔지 모르겠지만, 중간에 만난 나무그루터기 동굴같은 것.....2개가 나란히 옆에 있었다. 안쪽에는 뭐가 살고 있을까? 생태계가 풍부한 동네라면 이런 곳에 표범이 쉬거나 너구리가 자고 있을텐데 이 동네는 사슴과 원숭이가 사는 곳인데.....과연? 하지만 들여다 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중간에 쉬면서 스패츠 벗어버림. 안쪽에 땀 송글송글......에구 더워라!



점심식사 장소인 삼대스기 앞



이렇게 찍어도 저렇게 찍어도 삼대스기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사람 없는 곳까지 가서 찍기에는 너무나도 귀찮아짐.....



뭔지 모를까봐 삼대스기 표지 앞에서 셀카찍음




방향바꿔 다시 촬영. 근데 삼대스기 가장 잘 나온 사진에 이분 나옴 ^^ 그래서 그냥 이주현님도 올립니당 ㅋㅋ



여기 사진이랑 이분들 느낌이 너무 살아 있어, 내가 나온 것도 내가 찍은 것도 아닌데 올리는 사진. 배경과 표정과 몸짓의 조화랄까? ^^



동행하신 천성현님. 40대 남자 중, 아니 40대 여자도 포함해서 이렇게 자유자재로 포즈 취하고 표정짓는 남자 정말 흔치 않은데 ^^

같이 가면서 이분의 사진찍거나 사진 보면서 깜짝 놀람. 부럽슴당!




한참 평지 철도길 가서 좋았는데 갑자기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 ㅠ.ㅠ 그래도 괜찮아요, 올라가는 건.



난 올라가기는 잘 하니까...... 산림철도길에서 시라타니운스이쿄로 가기 위한 산 넘기




시라타니운스이쿄 가기 전 집합장소. 아마도 츠지도우게가 아니었을지. 이때 사람들 여기 올라온 시간이 아직 1시가 되기 전이었고, 버스는 2시 40분 버스를 목표로 한다고 했었다. 그렇지만 아직 뒤쪽 그룹은 오지 않은 상태. 좀 더 기다리면 2시 40분 가능할까 아닐까 가이드는 계산 중이었고 결국 2시 40분을 무리하게 맞추느니 그냥 편하게 4시 10분 차를 타기로 결정하고 일부는 여기서 10분 정도 걸리는 산꼭대기에 올라가고 나머지는 내려가기로 결정. 앞그룹이 출발한 게, 정확하지는 않지만 내 기억에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내려가서 버스 기다릴 시간 합치더라도 여기서 버스정류장까지 1시간 반이면 갈 거리구나 그런 판단을 했다. 



2시 40분에서 4시 10분으로 1시간반이나 시간 여유가 생겼으니 이제 여유있게 싸목싸목 걸으면 되겠구나 싶어 표정이 밝았다. 이때까지는.....









다리가 아프니 많이 움직이기는 싫고 앉은자리에서 360도 돌아가며 셀카를 찍었다 ㅎㅎ




나의 느려터진 하산 속도를 감안하여 선두그룹을 따라 가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셀카를 찍다가



이렇게 앞지름을 당하고.....




셀카를 찍으며 여유있게 여유있게 내려가다보니 어느덧 많이 뒤쳐지게 되었다.



정말 다양한 이끼이끼들



쨍쨍한 숲과는 또 다른, 몽환적 느낌의 숲








결국 계속 뒤쳐져서 나는 전날 넘어졌던 조미라님과 함께 길을 걷기 시작했고, 내 뒤에는 쓰지토게에서 정상을 보고 올라간다며 올라간 남자분들 밖에 없었다. 그래도 버스시간은 4시 10분이므로! 나는 무뎌져가는 다리를 끌고 웃으며 내려갈 수 있었다. 이때까지는!




힘들었지만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었기 때문에 즐기면서 천천히 가자 그런 생각을 하고 서로 사진도 많이 찍어주었다. 마침 이쪽은 경사가 많이 가파르지 않았던 것 같다(확신할 수는 없다).





이끼와 낙엽의 아름다운 조화




드디어! 시라타니운스이쿄다! 저기 사슴까지 나타났으면 더 완벽했는데! 

우리가 여길 보고 있을 때, 산꼭대기에 단숨에 올라갔던 이주현님이 내려와 4년 전에는 여기에 딱 사슴이 나타났었다고 사진을 보여주셨다.

이 광경에 사슴이 더해졌다니! 원령공주가 따로 없다!








배경도 뭔가 흐릿하고, 내 얼굴도 배경처럼 흐릿해도 전체적으로 몽환적으로 보여서 좋다. 그런데 저 뱃살은 어쩔 ;;;;;;



이건 뭔지 모르겠지만 암튼 또 하나의 거대한 이름붙은 삼나무라 그냥 찍어봤다.

시라타니운스이쿄 이후로 이렇게 계속 끊임없이 내리막이 이어졌다. 가장 보고 싶었던 하이라이트는 봤고, 이제 주차장까지 내려가는 일만 남았었다. 원래 2시 40분 버스 얘기했었는데 시라타니 산장쯤에 이르렀을 때 이미 2시 40분을 경과했던 것 같다. 거기서 또 계곡물을 받고 다시 열심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울퉁불퉁한 돌길이 계속 아래로 아래로 이어졌고, 이따금 계단이 나왔는데 돌길도, 계단도 최소 30cm에서 50cm 높이가 많았다. 이제 더 흥미를 끌 것도 없고 다리는 점점 후들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옆으로 펼쳐진 계곡과 이끼와 나무의 콜라보를 모른척 할 수 없어서 마지막으로 이 사진을 찍었다.

그때 옆에 나와 이름이 같은 황인님이 서서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니 사진찍는 것보다는 서둘러 내려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때가 아마 3시경. 아직 1시간이나 남았는데.....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이미 후들거리기 시작한 다리로 걸어내려가기엔 길이 너무 험했다. 앞으로 몇 m가 남았는지, 앞으로 계속 이런 길이 펼쳐질지 그건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빨리 좋은 길이 나와라' 빌며 걸음을 재촉했다.....는 마음 뿐.


한 20분 더 걸었나? 높이가 높은 돌길은 끝나지 않았다. 점점 마음은 불안해지고, 그 험한 길이 끝나지 않으니 입에서 욕이 절로 나왔다. 그러는데 산꼭대기 다녀 온 뒤쪽 남자들-속도가 느린 나를 뒤에서 받쳐주느라 애 많이 썼지- 중 하나가 "이 속도로 가다간 오늘 버스 못타겠네."라는 푸념인지 재촉인지 모를 소리를 했다. 나도 안다. 내가 중간에 헤찰도 많이 하고 게다가 그냥 걷기에만 집중해도 내리막에서는 느리기까지 하다는 걸. 하지만 그런 경사급한 돌길에서 후들거리는 다리로는 그게 최선이었다. 그렇게 가다가 앞서가는 사람에게 주차장이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보고 한 700m 남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전날 산장에 갈 때 느낀 게 산에서는 700m도 30분 넘게 걸릴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마음이 자꾸 조급해졌다. 예전에 여기 와 본 적이 있던 고재열 기자가 뒤에서 다리만 나오면 그 다음부터는 평탄한 길이라고 했는데 다리는 언제쯤 나오는 걸까? 마음은 급하지만 몸은 그럴 수 없는 순간들.


옆에서 같이 가는 황인님이 스틱을 하나 빌려줄까, 이렇게 가다가는 노숙을 해야될지도 모르겠다, 다리를 바꿀 수는 없으니 짐이라도 나눠지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얘기하고 있고, 나는 후들거리는 내 다리에 집중하며 어떻게든 지금 내 상태로 끝까지 가야겠다는 의지만 불태우고 있었다. 그때쯤! 고재열기자가 말한 그 다리가 정말 나타났다. 나는 방금까지 다리를 떨며 한발한발 아기 걸음마 하듯 내려갔던 발걸음이 아닌 엄청난 속도로 다리를 건너고 길을 걷기 시작했다. 평탄한 길이었지만 내려가는 계단도 있었다. 어떤 계단은 빠르게 걷고, 어떤 계단은 층차가 높으므로 천천히 걷고......아래 사진이 다른 분이 찍으신 바로 그 다리.



그렇게 가고 있는데 갑자기 깔린 길이 끝나고 계곡 바위가 나타났다. 동해의 두타산 바위같은 널찍한 바위가! 분홍 리본은 그 바위 위를 이리저리 가라고 표시하고 있었다. 아래는 다른 분이 찍으신 그 바위길 OTL



평탄한 길이 나타난 후로 성가신 스틱은 접어버렸는데! 그냥 바위 위를 성큼성큼 걸어가는데 거의 막판에 바위에서 내 허벅지 중간 이상의 높이를 내려가야 했다. 그 전이었다면 몸을 뒤돌려 뒷걸음질로 내려갔을지도 모르는 높이. 아니면 스틱을 빼서 썼을지도 모르는 높이. 하지만 평탄한 길이 나오다가 갑자기 이런 거대한 바위가 나오는 게 당황스럽기도 하고, 당췌 앞으로 남은 거리가 충분한 시간이 있는지 아닌지 모르겠고. 마음만 급해져 그냥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왼다리를 내리는데, 너무 높아서 오른쪽 다리는 무릎꿇고 앉듯 완전히 접혀졌다. 그때였다. 오른쪽 무릎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진 것은. 나는 너무 아파서 소리를 질렀지만 거기서 멈출 수는 없는 일이었다. 


여기 여행 오기 전에 대학원 동기가 나에게 했던 말이 있다. 

다들 짐이 무겁기 때문에 나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살아남기 위해 체력을 길러야 하고 연습을 많이 해라. 그때 동기가 말해준 딱 그 상황, 내가 악 소리나게 무릎이 아파도, 온전히 내 다리로, 내 짐을 내가 지고 끝까지 가야 한다는 것. 내가 더 쳐지지 않도록 내 뒤를 받쳐주는 것-물론 그것도 매우 중요했다- 외에는 다른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이 딱 와닿았다. 아무도 나에게 이 여행을 가라고 등떠밀지 않았는데. 나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으며 무릎통증이 느껴져도 그냥 참고 걸어야 할까. 그런 마음이 들며 서러워졌고, 이를 악물고 걸음을 재촉했다. 다행히 저 바위는 마지막 난코스였고, 그 다음 계단을 내려 주차장에 도착했다. 뒤에는 등산을 잘하는 남자들이 오고 있었지만 내가 꼴찌였다. 그리고 나는 마치 마라톤 완주를 한 꼴찌처럼 박수를 받았다. 드디어 도착했다! 내가 해냈구나! 하는 마음과 함께 무릎의 통증이 나에게 엄습했고, 막판에 다친 무릎을 끌고 혼자 내려 온 서러움에 울고 말았다.


그때는 언제쯤이었을까? 한 3시 45분?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알았다면 그렇게 무리해서 내려오지 않고 뒷걸음질로 내려오거나 스틱을 다시 뽑아들고 내려왔을텐데. 그랬으면 안 다쳤을까? 등산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방심하면 다친다. 울면서 마친 등산의 소감이다.


그리고, 솔직히 40여년 간 제대로 된 등산 한번 안해본 내가 야쿠시마 종주를 도전한 것은 너무 주제넘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