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썰/여행 이야기

야쿠시마 여행, 여행 체력 만들기

슬픈온대 2018. 11. 16. 14:49

야쿠시마 여행 1탄

☞ http://blog.daum.net/felitia/2417


1. 만연산 등산

야쿠시마 등반을 준비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산행을 하기로 했다. 첫번째 산행은 추석 때 시댁 근처 만연산

좀 험하긴 하지만 그리 높지 않은 산이기에 워밍업으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작년 결혼기념일 때는 애들과 다 함께 올라가다가 길을 잘못들어서 이상한 바위를 타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등산화 없이 애들도 갔으니까 괜찮을 것이었다. 이번에는 애들 없이 남편과 둘이 올라갔다 왔다.



가벼운 산행이었고 날도 더웠기 때문에 신발만 등산화를 신고 옷은 그냥 가볍게 입었다. 바지도 평소에 입던 옷으로 얇고 신축성이 좋았다. 가방은 등산가방까지는 아직 오버같았고 등산가방을 구입하기 전이어서 딸래미 소풍가방을 메고 갔다 ㅎㅎ


만연산 해발 609m 지점. 여기가 정상은 아니고 정상까지는 더 갈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우리가 오후에 등산을 시작했기 때문에 저녁식사에 맞추려면 더 가지 않고 이쯤에서 내려가는 것이 맞겠다 싶어 하산을 시작했다. 가벼운 등산이라고 시작하긴 했는데 길이가 길지는 않았지만 경사도 꽤 있는 편이고 돌도 많았다. 가방이 가벼운 것이 다행이었다. 




하산해서 슬슬 내려가는데 첫번째 등산이 힘들긴 힘들었나보다. 그래도 산에서는 무사히 잘 내려왔는데 산에서 내려와 인도를 걷다가 인도 아스콘이 부서져서 푹 꺼진 부분(사진 위쪽)에서 갑자기 발이 꺾여서 넘어졌다 ㅠ.ㅠ 평소였으면 안 넘어졌을텐데 다리가 풀려서 더 쉽게 넘어졌는지그건 모르겠다. 바지가 찢어지고 한쪽 무릎은 까지고, 양 무릎은 멍이 시퍼렇게 들었다. 오른쪽 발목은 팅팅 부었다. 그런데 명절 전날 저녁이었다. 응급실 갈만한 상황은 아니고 다음날부터는 병원 안 열고. 그냥 파스와 찜질로 버텼다. 나는 다음 날 넘어져서 다친 다리 말고도 엉치도 아프고 여기저기 쑤셨는데 남편은 아침부터 조깅하러 가서 10km를 달리고 왔다고 했다. 아, 내 체력이 이 모양인 건가......그리고 명절 후 집에 돌아와 한의원에 다니며 침을 맞고 치료를 받았다. 다쳤기 때문에 한 2주간 걷기 운동도 못하고 등산연습도 못해서 마음이 불안해졌다. 그래도 다 안나으면 야쿠시마 가서 더 고생일테니. 치료받고 대충 나았다 싶었지만 좀 많이 걸었다 싶은 날에는 조금씩 쿡쿡 아프곤 했다. 


2. 매일 걷기

등산은 무리라고 해도 걷기라도 해서 다리를 튼튼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마침 큰딸이 마마무 앨범을 갖고 싶어했는데 모아둔 용돈을 웹툰 아이템 사는 데 다 탕진한 후였다. 나는 10월 9일부터 31일까지 22일간 매일 엄마와 2시간씩 걸어주면 마마무 앨범 4개를 사주기로 하는 제안을했다. 1주 완료하면 앨범 1개, 2주 완료하면 2개, 3주 완료하면 3개, 22일 완료하면 4개. 엄마 사정으로 빠지게 되면 그날은 걸은 것으로 해주기, 딸 사정으로 빠지면 그건 안 걸은 것. 그렇게 딸과의 3주간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어디 갔다가 집에 특별히 늦게 들어가는 날이 아니면 나는 다른 산을 갔다가라도 딸과 꼭 걸었다. 시간이 모자라면 하루 30분이라도. 



딸과 함께 걷는 것은 체력 보강에도 도움이 되었고, 딸과의 대화시간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도 만족스러웠다. 대화의 주제가 주로 마마무라는 게 한계였지만 ㅎㅎ 우리는 함께 걸으며 매일 똑같은 자리에 서있는 백로에게 '삐백이(삐진 백로. 매일 같은 자리에 고개를 돌리고 '삐졌어' 자세로 서있었기 때문에 ㅎㅎ'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고 마마무 노래를 부르며 걷다가 춤을 추기도 했다.


3. 북한산 둘레길 1

다리가 좀 나은 것 같아 이제 산을 타는 연습이 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부터 시작할까 하다가 난이도가 낮은 북한산 둘레길부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산 둘레길을 가려면 불광까지 가서 시작하거나 아니면 양주에서 시작하는 방법이 있었는데 우리집에서 양주 쪽을 지나가는 버스 내리는 곳에서 북한산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작지점을 산막골로 잡고 내려서 옥녀봉을 넘었다. 옥녀봉을 넘으면 바로 숲속의 길로 북한산 둘레길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을 길을 꽤 많이 지나야 했다. 

결국 옥녀봉을 지나 북한산 둘레길 입구로 갔다가 묘시내역길 입구에서 헤매다가 중간에 내려왔다. 둘레길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묘시내역길은 길도 좀 이상하고 험한 것 같았다. 좀 일찍 출발했으면 길을 제대로 찾아서 더 걸었을텐데 좀 늦은 듯해서, 애들 밥도 챙겨줄 겸 일찍 내려왔고, 대신 나는 큰딸과 그날의 걷기를 마쳤다. 


4. 의주길 

고양시부터 파주까지 의주길이라는 걷기 길이 있는데 그 일부 구간이 동네를 지난다. 전에 애들과 함께 걸어보니 산을 넘어 용미리 묘지로 가는 코스가 있었다. 그 다음 코스는 용미리 이불입상을 지나가는 긴 코스. 우리는 의주길 2길 구간에서 시작해서 용미리 이불입상을 보고 버스타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가볍게 산을 넘고......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한번도 가보지 못한 최영장군묘도 지나고. 다시 산을 넘으니 이번에는 용미리 공동묘지가 나왔다. 공동묘지를 따라 의주길 3코스까지 가려고 했는데 산길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중간에 내려왔다가 다시 용암사까지 이어진 길을 걸었다. 중간에 산을 몇번 넘기는 했지만 그냥 어려운 산길은 아니었다. 

이불입상은 산 높은 곳에 있어서 마지막으로 좀 난이도가 있는 길을 걸어올라갔지만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내려오며 약수를 한 사발 마시고 그날의 산행(?)을 마쳤고, 딸과 마무리로 30분 추가로 걸었다.


5. 북한산 둘레길-우이령길

북한산 둘레길 21코스인 우이령길은 하루 입장객 수를 제한하며 전날까지 미리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다. 전에 그 길 안에 있다는 석굴암이 궁금해서 가족들과 함께 가보려고 했는데 예약인원이 꽉차서 가보지 못했다. 하지만 평일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백수 좋다는 게 뭐야! 북한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맨발로도 걸을 수 있는' 난이도가 낮은 길이라고 쓰여있었다. 난이도가 낮다는 말 쉽게 믿지는 않지만 뭐 어쨌든 혼자 가기에는 무리가 없을 것 같아 평일에 예약을 하고 갔다. 보통 산이 험한 곳이 예약탐방제를 많이 하던데 여기는 알고보니 험해서 예약탐방제를 하는 게 아니라 군사지역이었기 때문에 일반인에게 개방하지 않았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이 잘 보존된 편이라 자연 보호를 위해 예약탐방제를 하는 거였다. 산길은 군용 트럭이나 탱크가 지나가는 길이었기 때문에 넓고 평평했고, 그나마 고갯길인 우이령도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나는 석굴암에 꼭 가보고 싶었기 때문에 중간에 석굴암에 다녀왔는데 하필 내가 간 그날, 하필 그 시간에 천둥번개가 치고 비바람이 몰아쳐서 춥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신기한 게 석굴암에 올라갈 때는 거의 혼자였는데 내려올 때쯤 되니 사람들이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것. 




시멘트가 깔리긴 했지만 경사가 몹시 급한 길을 한참 올라간 뒤 또 계단을 올라가고 보니 어떤 건물 뒤에 이런 돌부처가 있었다. 공사를 하다 만 듯한 흔적도 있고, 이게 석굴암인가 싶어 완전 실망했었는데 알고보니 석굴암은 아래에 있는 어떤 작은 암자였고, 동굴처럼 아늑한 안쪽에는 손크기만한 작은 돌부처들이 엄청 많이 있었다. 그 석굴암의 사진은 찍지 않았다.



웃고있지만 천둥칠 때 얼마나 무서웠는지. 처마 아래 앉아 비를 피하며 가지고 갔던 귤피차를 홀짝거리며 몸을 녹였다.



오봉이 가장 잘 보이는 지점에 우이령길 photo spot을 만들어두었다. 그 자리에서 만난 분들은 제주에서 오셨다고 했는데 사진도 한장 찍어주시고 초코바와 귤도 먹으라고 주셨다. 그리고 웃으니까 이쁘다고 칭찬도 해주시고 ㅎㅎㅎㅎ (나는야 칭찬에 약간 닝겐!)


등산의 묘미는 그런 걸까? 우이령길은 힘들지 않고 풍경은 멋진데다 좋은 분들도 만났기 때문에 등산이 살짝 좋아지려고 하고 있었다. 양주 교현리쪽은 단풍이 한창이었지만 신기하게 우이령 너머 서울쪽은 아직 단풍이 거의 들지 않아서 다음 주에 한번 더 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와서 딸과 걷기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6. 울진금강소나무숲길

녹색연합에서는 가끔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걷기 여행 프로그램이 나온다. 그동안 늘 꿈꿔오긴 했는데 울진이 워낙 멀다보니 대체로 서울 남쪽에서 너무 일찍 출발하곤 하는데다 돌아 온 후 다음 날 출근까지 생각하니 엄두가 안났었다. 그러다가 올해 공고를 보니, '뭐 어쩌다 한번인데 그냥 일찍 나가보지 뭐!'하는 생각도 들었고 고등학생 이상만 신청하라는 것을 봤을 때 약간 난이도도 있겠다 싶어서 야쿠시마 종주를 위한 연습으로 최적일 것 같아 얼른 신청했다. 숲길을 걸을 때는 숲에서 먹을거리만 간단하게 들고 다녀도 된다고 했지만 나는 야쿠시마 종주 연습을 위해 1박 2일 짐을 모두 싼 33리터 배낭을 계속 메고 다녔다. 나중에는 어깨 아파 죽는줄 ㅠ.ㅠ




금강소나무숲길은 금강송을 보호하면서 지역주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숲길이고 그 과정에서 녹색연합 활동가가 깊이 관여했다고 했다. 금강소나무숲길도 예약제이고, 예약을 하면 반드시 주민집에서 민박을 하고 식사를 해야한다. 숲을 보존하는 대신 주민들에게 소득이 전달되도록 한 것이다. 길은 넓은 곳도 있고 좁은 곳도 있었는데 아주 경사가 급하거나 험하지는 않았지만 거리가 좀 길어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강소나무숲길이 있는 울진은 금강소나무 뿐 아니라 산양서식지로도 유명하다. 산양 보호 활동을 하는 녹색연합에서는 산양 모니터링을 위한 무인 카메라를 숲 여기저기에 설치했고, 녹색연합 회원 자격으로 참가 한 우리는 산양 모니터링 장소를 둘러보기로 하고 정식 숲길에서 약간 떨어진 숲으로 들어갔다. 이 사진은 산양용 무인카메라 앞에서 조별로 찍은 사진 ^^


첨에는 숲길만 걸었지만 녹색연합 회원이 그냥 무난한 숲길만 걷기는 아쉬워서 나중에 산양똥을 보러 올라갔는데 산양은 아주 시야가 탁 트인 절벽 위를 선호하기 때문에 산양똥 보러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은 짧았지만 밀도있게 힘들었다. 야쿠시마에서도 이런 길은 한두번쯤 나올 수 있을테니 좋은 연습일 거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한두번쯤'은 나의 큰 소망이었지만 말이다. 


7. 북한산 둘레길-우이령길 2

울진에 다녀 온 후 컨디션을 봐서 우이령길을 또 가든지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별로 힘들지 않았던 것 같다. 아, 나의 체력이 이렇게 좋아지다니! 기뻐하며 또 다시 우이령길을 신청했다. 다른 둘레길을 가볼까 하긴 했었는데, 특히 13~15코스의 산너미길을 가보려고 했는데 둘레길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난이도 상의 길을 혼자 갔다가 다리라도 다치면 곤란하겠다 싶어 그냥 체력 단련용으로 우이령길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이령길에 갈 때는 야쿠시마 연습을 위해 가방에 페친님이 빌려주신 침낭을 넣고 다녔다. 다행히 침낭이 아주 크거나 무겁지는 않았다. 그렇게 연습했으니 야쿠시마 갈 때도 그냥 평소 메던 배낭을 가지고 갔으면 무릎은 안 나가지 않았을까 하는 게 지금 드는 생각이지만. 이미 다 지난 것, 후회하면 무엇하리!


우이령길은 6.5km이긴 하지만 우이동쪽 버스 종점에서 우이령길 입구 통제소까지 거리가 2.5km나 된다. 즉 교현리 통제소에서 우이동 통제소까지는 4km 정도밖에 안된다는 것. 왕복해봤자 10킬로도 안된다. 그리고 교현리에서 우리집가는 버스 타러 가는 게 또 일이라서 차라리 우이동에서 산을 넘어 은평구쪽으로 넘어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고는 우이동 통제소에 있는 국립공원 직원에게 그쪽으로 산넘어 가는 길이 험한지, 다닐만 한지 물어봤다. 직원은 내 옷차림을 보더니-히말라야라도 갈 복장이었다는 걸까? ㅎㅎ-그 언덕이 아주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난이도가 아주 높지는 않다고, 그런 차림이면 넘어갈만 하다고 했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날따라 등산화가 아닌 일반 트레킹화를 신었고, 혹시라도 혼자 산을 넘다가 길을 잃거나 다치기라도 하면 낭패일 것 같아 신발 핑계를 대며 얌전히 다시 교현리 방향으로 넘어왔다. 생각해보면 그날 국립공원 직원말을 듣고 혼자 산을 넘었다면, 만약에 등산화를 신었다고 해도 엄청 후회했을지도 모르겠다. 내 복장은 전문등산인으로 오해를 살만한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 ㅎㅎ


8. 북한산둘레길-산너미길을 중심으로

야쿠시마를 위해서는 북한산 둘레길 중 안골을 중심으로 15구간 일부~14구간(산너미길)-13구간 일부(송추마을길)을 걸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함께 했지만 야쿠시마 훈련을 위해 모든 짐은 내가 짊어지고 갔고, 이번에도 배낭에는 침낭이 들어있었다 ㅎㅎ


직동공원에서 안골방향으로 진입하는 입구. 안골길


산너미길에서 내려와 송추마을길과 연결되는 입구


산너미길의 가장 난코스. 그래도 계단이 비교적 완만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야쿠시마의 계단들과는 비교도 안되게 편했다. 



우리는 15구간의 중간인 의정부 직동공원에서 산을 오르기 시작해서 산너미길을 넘고 송추계곡에 잠시 들렀다가 송추마을길 중간에서 빠져나왔다. 산너미길은 산을 넘어가는 경사가 급한 구간이어서 난이도가 높긴 했지만 그래도 경사가 심한 곳의 바위에는 계단 간격이 아주 높지는 않은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서 높이 올라간다는 것 외에는 아주 힘들지는 않았다. 만약 야쿠시마가 이 정도라면, 계단이 있다면, 그냥 다닐만 하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산을 넘었다. 그 후에 내려가는 코스도 경사가 그리 심하지는 않아서 그냥저냑 괜찮았다. 아, 나는 이 정도 연습했으니까 야쿠시마 괜찮을 거야! 힘내자! 하고 야쿠시마 여행 전 마지막 산행을 마쳤다. 송추계곡길을 걷다가 내려올 때는 남편에게 "담에는 이쪽으로 올라가서 오봉찍고 내려오자."고 까지 했다. 남편은 마누라가 등산가자는 얘기를 먼저 하는 그날이 올 줄은 몰랐다며, 암튼 일본 다녀온 후에 다시 얘기하자고 했다. 남편은 현명했다. 


9. 야쿠시마 출발 전

거의 머리에 총맞은 것처럼 야쿠시마 종주를 신청하긴 했지만 중간에 두려운 마음도 많았다. 그런데 야쿠시마 여행 단체카톡방이 열린 후 분위기를 보니 나만 빌빌거리지는 않을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 게다가 나는 이렇게 열심히 체력훈련도 하지 않았던가! 마지막으로 야쿠시마 짐을 싸면서 나는 고민에 빠졌다. 내가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구입해서 메고 다녔던 33리터 배낭은 처음에 너무 작았고, 침낭은 너무 커서 큰 배낭을 다시 빌렸다. 큰 배낭을 빌리면서 작은 침낭도 빌렸는데, 원래 가진 침낭과 달리 그 침낭은 33리터 배낭의 아래 주머니에 잘 들어갔고, 이것저것 쑤셔넣으니 얼추 산행의 짐이 다 들어갈 것도 같았다. 그래도 좀 망설여졌다. 가방의 무게를 재봤다. 내 가방보다 빌린 큰 가방이 5~600g 무거웠다. 사실 등산을 안해봤고, 그 빌린 가방이 아주 몸에 밀착되는 가방이라서 그 정도 무게가 나에게 크게 부담이 되는지 안되는지 잘 감이 안왔다. 작은 배낭을 멜까, 큰 걸 멜까...... 단톡방에 물어봤다. 내가 키가 작은, 그리고 애를 둘 낳은, 게다가 무려 40대 중반의 여자사람이라는 말을 했어야 했는데...... 작은 걸 들고가서 먹을 것이 안들어가 고생하는 것보다는 큰 가방이 낫다는 사람들의 조언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가장 먼저 그 말을 하신 분은 50대였지만 산에 많이 다녀보신 180이 넘는 남자분, 그 다음 큰 가방이 좋다고 한 사람은 야쿠시마 산 쯤 산책처럼 뛰어다닐 수 있는 산악전문가...... 아, 내가 정보를 제대로 줬어야 했어. 그래서 나는 결국 고민하다가 내 키 반만한 큰 배낭을 들고 야쿠시마로 향했다. 그나마 뚜껑이 탈착이 가능한 배낭이어서 뚜껑을 떼고 갔는데도 엄청 컸다. 가방이 크니 별 걸 다 넣을 수 있었고, 가방 무게 자체도 무거웠고.....암튼 그랬다. 그렇게 나의 야쿠시마 여행은 큰 배낭과 함께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