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썰/여행 이야기

몽골탐조여행-쿠스타이 국립공원 가는 길의 습지 그리고 국립공원의 숙소

슬픈온대 2019. 8. 11. 16:30

식당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고기볶음국수를 먹고 또 다음 탐조를 시작했다.

이날은 초원 위를 다녀서인지 너무 덥지는 않지만 그야말로 '뜨거웠던' 날이었다. 

긴 소매를 입고 다녔기 때문에 손만 누렇게 탔는데 이날 많이 탄 게 아닌가 싶다.



긴발톱할미새(yellow wagtail)를 보러 습지에 들어간 우리들. 워낙 작기도 하고 자꾸 움직여서 조금 보다가 흥미를 잃게 되었다.



다른 쌤이 찍으신 긴발톱할미새






내가 찍은 긴발톱할미새. 계속 고개를 돌려서 여러 컷 찍었는데도 거의 뒷모습만 찍었다 ㅠ.ㅠ



저 멀리에 있는 몽골 짧은발가락종다리도 찍어주시고. 그런데 흐릿 ㅠ.ㅠ









잘 안보이고 앞모습 안 보여주는 긴발톱할미새로부터 흥미를 잃고 하늘에 자꾸 왔다갔다하는 개구리매(eastern marsh harrier) 한 쌍에게 정신이 팔렸다. 

가만히 있던 게 아니라서 찍은 사진은 이 모양. 뭐, 똑딱인데, 운이 좋으면 잘 나오는 거지 뭐. 뭘 더 바라~~~~ orz



여기 뭐가 있다! 하면 여기 봤다가 저기 뭐가 있다! 하면 저기 봤다가..... 하는 우리를 생각하는데 성경에서 이 비슷한 상황을 본 것 같은데

예수의 비유였나? 그리스도가 여기 있다! 혹은 저기 있다 해도 미혹하지 말라고 했던가? 

그래서 나는 새가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해도 내 보고 싶은대로 딴 짓 시전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땡볕이고, 작은 새는 잘 안보이니까.




뭐가 있나 살펴보다가 댕기물떼새 발견해서 찍어주시고




다른 쌤들 뭐하시나 보며 또 찍고 ㅎㅎㅎㅎㅎㅎ



꼬리로 파리 쫓는 소도 찍고




딴짓 시공에서 빠질 수 없는 셀카도 찍어주고. 셀카는 보통 폰으로 찍지만 이 때는 내 캐논 똑딱이로 찍었다.





그 다음에 눈에 띈 것은 양떼. 물먹으러 어떻게 가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말을 탄 목동이 눈에 띄고




멋진 말탄 목동분은 할아버지였다. 햇빛에 타서 그렇지 나이는 그리 안 많을지도 모르겠다. 
















땡볕 아래 습지에서 버스를 타고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다시 쿠스타이 국립공원 방향으로 가기 시작했다.

이 재두루미들은 습지로 올 때 만났던 그 재두루미 가족인 것 같은데 습지에서 나가면서 다시 만났다. 아까는 소들과 함께 보였고, 이번에는 황오리와 함께.

아래 사진 두 장은 다른 쌤이 찍으신 사진 공유



그 다음에는 무슨 두루미인가를 본다고 했었는데 필드스코프로 초점을 맞춰도 저~~~~~~~ 멀리 보였다. 

조금 더 보다가 흥미를 잃고 다른 쪽에 더 잘보이는 다른 새들을 보러 가기로 결정. 

나는 초급생이니까요. 딴짓 대마왕이구요 ^^ 그래서 공부를 좀 잘했어요 헤헤~(뭐래!)



남들이 다 이쪽 새를 볼 때 홀로 딴쪽 새를 볼 수 있는 사람! 그게 바로 접니다, 엣헴 ^^



물론 저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 인생 반항만 하며 살면 힘들잖아요? ㅋㅋ




경계 비행을 하는 장다리물떼새




학도요와, 무슨 도요일까?






그렇게 남들과 다른 방향으로 가서 만난 새들은 학도요와 장다리물떼새











장다리물떼새가 위에서 경계비행을 하고 소리를 지르는 와중에 저쪽을 보니 요런 아이들이 물에 동동 떠있었다.

같이 가신 오영주쌤에게 물어보니 장다리물떼새 유조라고 하심. 읭? 부리가 오리같이 생겼는데?

어릴 때는 부리가 저렇게 둥글둥글하다가 나중에 뾰족하게 바뀌는 건가? 하며 그냥 믿어버렸다. 장다리물떼새 유조라고 생각하고 보니 엄마랑 무늬가 비슷해보이기도 ㅎㅎ








신기한 건, 아무리 위에서 장다리물떼새가 경계음을 내며 날아다녀도 새끼들은 미동도 하지않고 유유히 물속에서 노는 것.

엄마 말 잘 안 듣는 건 만국, 아니 만생물 공통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다른 분들에게 찍은 사진보여주고 어쩌고 하면서 진실을 알게 되었다.

그 아이들은 장다리물떼새 유조가 아니라 혹부리오리 유조였던 것. 그리고 엄마는 주변에서 잘 헤엄치고 있었다 ^^

어쩐지 부리가 오리같더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조의 대가 말이라고 의심도, 의문제기도 안하고 믿어버린 나도 권위에 굴복하는 그런 인간이었던 거다 ^^;;;;;




물닭(common coot)






장다리물떼새 유조라고 오해한 새들을 한참 바라보다가 울란바토르 방향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

둘째날 울란바토르를 떠날 때 지났던 그 휴게소에 또 들렀다. 화장실 이용료 100투그릭. 우리돈으로 약 50원

주차장에서 작년에 몽골여행와서 만나뵈었던 푸른아시아 신동현 몽골지부 사무차장님을 만났다. 아마도 바양노르 조림지에 출장갔다가 돌아가시는 길이었던 듯. 작년에 이어 올해도 몽골에 왔고, 작년에 나무심은 덕에 복을 받아 야생동물수의사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

넓고도 좁은 몽골인가 ㅎㅎㅎㅎㅎㅎㅎ 잘 지내시라고 인사하고 언젠가 또 뵙기를 바라며 헤어졌다.


휴게소에 지은 제비집에 왔다갔다 하는 제비들 찍어주고.














동쪽으로 달리고달려 쿠스타이 국립공원 근처 숙소에 도착할 때쯤, 낮에 바위 위에서 봤던 금눈쇠올빼미를 또 만났다. 숙소 근처 전봇대에 앉아있었다. 찍고 찍고 또 찍고. 그렇게 덥고 힘든 날의 탐조는 숙소 근처에서 금눈쇠올빼미를 보면서 마무리하게 되었다. 

온도가 오른 것인지 여기만 해도 울란바토르와 가까워서 그런 것인지 그날 밤은 난로를 켜지 않아도 많이 춥지 않았다. 

그만큼 공기도 덜 맑게 느껴지고. 그래도 서울보다는 맑았겠지. 피곤한 하루를 마무리하고 그렇게 몽골에서의 또 하루가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