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누리길 후기를 1코스부터 순서대로 적을까 하다가 어차피 다녀온지 오래되어 기억이 안난다면 최근에 다녀와서 그나마 기억이 따끈따끈한 것부터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사실 고봉누리길은 두 번 다녀왔고 한번은 작년, 그러니까 20년 11월이고 다른 한번은 바로 오늘, 21년 1월 6일이다.
처음 갔을 때는 안곡습지공원에서 시작해서 일산동고등학교 쪽으로 내려왔어야 했는데 중간에 완행수목원 방향으로 내려오다 길을 잘못 들어서 파주로 가버렸다. 뭐 어떻든 경의선과 만나니 괜춘 ^^;;;;
오늘은 상감천마을에서 시작해서 황룡산 금정굴을 거쳐 고봉산으로 갔다가 고봉산의 진밭 둘레길을 걷고 안곡습지공원 인근의 개나리공원 뒤편으로 내려왔다. 고봉누리길은 양쪽 산을 모두 빙 돌고 돌아오는 가장 긴 코스와 영천사를 지나 바로 고봉정을 들러 황룡산 금정굴로 간 다음 황룡산 정상에 올랐다가(스탬프가 있음) 다시 돌아와서 일산동고등학교 방면으로 내려가는 길 하나, 또는 상감천마을 방면으로 돌아서 가는 가장 긴 코스가 있다.
후기는 안곡습지공원 시작으로 적겠다.
안곡습지공원은 안곡초등학교 바로 옆에 있는 공원으로 이 일대가 아파트 개발이 될 때 거기도 메워질 뻔 했는데 주민들의 노력으로 지켜졌다고 했다. 개발광풍 속에서 주민들의 노력으로 공원과 습지를 지켜낸 이야기를 보면 왜 그리 가슴이 콩콩 뛰고 뭉클한지! 내게는 지켜야 할 산황산과 그 외 많은 산과 숲과 습지가 있습니다!!!!!
공원 안에는 귀여운 새 모형이 있다. 여기 화장실이 있으므로 일단 이용해주고 새 모형 앞에서 귀여운 척 한판 ^^
공원을 뒤로 하고 산으로 열심히 걸어올라가면 평화의 쉼터와 이무기바위가 나온다. 평화의 쉼터라고 쓰여있지만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부대 앞이다. 고봉누리길의 장점 중 하나라면 누리길 주변에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가 지나가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서울보다 전방인 고양시인데다 주로 산을 끼고 도니 근처에 부대가 많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다.
갈림길이다. 지난 번에는 영천사 방면으로 갔었고 오늘은 진밭 방면으로 걸었다. 영천사에서는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 매우 시야가 탁 트이고 양지바른 곳이라 분위기가 좋았다. 진밭둘레길이라고도 불리는 고봉산 둘레길은 그리 험하지 않고 등산객이나 산책 중인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사람이 많이 오르는 산이라 그런지 갈림길도 많다. 진밭이라고 쓰인 표지판을 따라 쭈욱가도 되고 영천사나 장사바위, 만경사를 들르는 코스로도 잡을 수 있으며 영천사와 장사바위, 만경사를 모두 거치지 않는 경로도 가능하다.
진밭을 향해 걷다보면 진밭 자체가 나온다. 진밭이라는 이름은 물기가 많아 질척거리는 밭이라는 의미인데 이 근처에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모이는가보다. 그냥 봤을 때는 나무 사이의 땅으로 보인다. 견달산누리길은 특이하게 산 중간인 여기서 시작된다. 수연약수터 방면으로 가다가 길이 갈린다.
진밭에서 조금 더 가면 시야가 트이는 곳이 나오고 견달산누리길과 고봉누리길의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가면 견달산누리길, 오른쪽으로 가면 고봉누리길의 고봉산 순환길이다. 나는 오른쪽 ^^
영천사를 지나 팔각정인 고봉정을 지나면 황룡산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을 수 있다. 이 곳에 고봉누리길 안내판이 있다.
길을 건너면 거의 바로 금정굴 표지판이 보이고 황룡산으로 올라갈 수 있다. 황룡산 정상에는 스탬프를 찍으려면 반드시 가야하기 때문에 금정굴부터 보고 황룡산 정상에 올라갔다가 용강서원쪽으로 내려갈 수도 있지만 일산동고등학교나 증산마을 방면으로 가고 싶다면 여기서 지도에 갈색으로 표시한 길을 따라 상감천마을로 가서 용강서원을 지나 황룡산 꼭대기로 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아니면 먼저 올라가서 금정굴을 본 다음 금정굴에서 요양병원 방면으로 내려가서 상감천마을로 가서 산을 도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상감천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용강서원으로 가는 길. 고양누리길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을 따라 조금 더 걸으니 용강서원이 나온다. 그 옆에 농부까페가 있는데 취식금지 대상은 아니라고 해서 커피와 케익을 먹고 화장실을 들렀다. 치즈케익은 6천원이고 케익을 먹으면 커피 2천원을 할인해준다. 치즈맛이 진하고 좋았다. 커피도 맛이 진하며 약간 쓴맛이 강했다.
커피와 케익으로 배를 채우고 눈누난나 나와서 용강서원 오른쪽으로 돌아 산길로 들어섰다. 들어가자마자 난관에 처했다. 눈 앞에 세 갈래 갈림길이 있었고 셋 다 무덤으로 연결되었다. 그중 어느 길이 고양누리길인지 구분이 안되는 상황. 이럴 때 가까이에 누리길 리본이 묶여있으면 좋겠지만 보이지 않았다. 나는 가운데 가장 널찍하게 난 길을 따라 무덤으로 갔으나 그냥 길은 끝났다. 고양누리길은 용강서원쪽에서 바라보는 왼쪽 길이며 왼쪽에 있던 무덤을 지나고 나서야 누리길 리본이 보였다. 아~ 불친절한 고양누리길씨! 야속한 리본이여!
숲길로 들어서서 계단을 오르고 차가 다닐만큼 큰길을 지나면 부대로 연결되는데 부대에 조금 못 미쳐서 다시 산길로 들어간다. 그리고 계속 가면 드디어 정상이 나온다. 황룡산 정상에는 화장실이 있다. 겨울 동파 예방이라고 문을 닫지는 않았겠지? 산에 있는 화장실이니 아마 수세식은 아닐 것이고 푸세식도 똥 푸기 힘들어서 아닐 것이고 미생물 발효를 이용하는 포세식일 가능성이 클 것 같다. 조금 더 가면 고봉누리길 스탬프함이 나온다. 스탬프만 찍는 게 아니라 인증샷도 찍으라고 해서 사진을 찍었다.
정상에서 금정굴방면 표지판을 따라 열심히 가다보면 중간에 전에 잘못 내려갔던 완행수목원 방향 표지판이 있다. 무시하고 계속 금정굴 방면으로 가면 일산동고등학교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나온다. 금정굴을 보겠다는 생각이 없다면 여기서 내려가거나 아니면 금정굴에 갔다가 다시 이쪽으로 와서 내려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 다음 금정굴 표지판을 따라 열심히 잘 가야한다. 중간중간 갈림길이 나오기 때문에 잠깐만 정신을 팔아도 금정굴에 못 간다. 오늘 내가 그랬 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지도를 보고 다시 금정굴로 올라갔다. 금정굴은 일제시대 때 금광으로 쓰던 굴에서 한국전쟁 때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올라 온 한국군이 이 동네 살던 사람들을 '빨갱이를 처단'한다며 집단 학살한 곳이다. 죽은 사람들의 가족들은 40년 넘게 빨갱이 소리가 무서워 유해도 못 거두고 살았다고. 국민들 지켜주지도 않고 다리 끊고 도망간 주제에 무고한 민간인들 엄청 학살이나 하고 참..... 이승만 핵폐기물같은 나쁜 놈이다 크르릉! 그런데 이화장 가보니 집 으리으리하고 좋더만. 칫!
처음 활동을 시작하여 세운 안내문. 1994년에야 이런 표지판을 세우게 되다니! 44년 동안 얼마나 속이 터졌을까! 그러고도 진상규명할 때까지 또 10년이 넘게 흘러 한국전쟁 때 태어난 사람들조차 반백이 넘게 되었다.
금정굴 내부. 예전에는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막아놨다. 사실 들어가긴 좀 무섭다.
아름다운 고봉누리길이지만 이 길 한쪽에는 이렇게 현대사의 아픔이 간직되었다. 우리가 이 길을 걷는 것은 이 아픔을 잊지 말자는 것이겠지. 봄여름가을겨울 모두 좋은 고봉누리길이고 집에서 멀지만 또 가고 싶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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