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주길을 가다-의주길 4길 파주고을길
의주길 4길 파주고을길은 신산5리에서 시작해서 파주읍내를 지나 선유삼거리까지 이어지는 12.7킬로미터의 길이다. 설명에는 이용가능한 화장실이 파주읍사무소, 파주초등학교, 파주향교 이렇게 나와 있지만 요즘 초등학교는 함부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파주초교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하기 보다는 스탬프가 있는 파주향교 화장실에 들리는 것을 추천한다.
신산5리 돌간판 앞에서 찻길을 따라 걷다가 논 옆으로 난 길을 걷는다. 논길을 걷다가 분수천과 만나면 개천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쭉 걷는다. 걷다가 다시 농경지 사이로 들어가라는 표지판을 따라 조금 걷다보면 광탄천과 만나게 된다. 광탄천을 건너는 다리인 부곡교에 이를 때까지 고즈넉한 겨울의 들판을 볼 수 있었다. 들판에서는 겨울철새인 밀화부리 떼도 만나고 기러기들도 볼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아주 좋았다.
부곡교를 지나고 나면 논밭은 거의 끝이 나는 것 같다. 한산해보이는 산으로 난 포장길로 계속 올라가게 되는데 양 옆으로 소소한 공장들과 집들, 그리고 아마도 축사로 보이는 것들이 보인다. 그리고 명당자리 거지무덤 설명판이 나와서 거지무덤터는 어디일까 주변을 두리번거려봐도 아마도 축사인 건지 저 간판 말고는 딱히 그 존재를 확인할만한 것이 얼른 눈에 띄지는 않았다.
거지무덤터를 지나는데 길이 좁고 산으로 나 있고 한적한 것에 비해 지나가는 차들이 꽤 많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포장 찻길로 가는 걸까 하면서 계속 올라가는데 중간에 하수구에서 매우 색이 더럽고 거품이 잔뜩나는 물이 나오는 걸 보게 되었다. 이런 물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하고 고개를 드는데 왼쪽에 도미솔식품이 보인다. 김치를 만드는 곳이라는데 여러가지 색 물감을 푼 것같은 이 더러운 물이 저 식품회사에서 나온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 길을 걸으면서 공장이 몇 개 더 나왔으니까 저 이상한 물은 그 스프레이 공장에서 나온 걸지도 모르겠다.
이 길은 한산한데 그에 비해 차들은 왜 이렇게 많지? 의문을 품으며 한참 걸었다. 한참 걷다가 길 건너에 버스정류장이 나왔다. 부곡2리. 시골 버스정류장에는 거의 의자 필수. 거기 앉아 사가지고 온 김밥을 먹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큰 트럭들이 계속 다니고 조금 뒤 버스를 기다리는 듯한 여자 둘이 왔다. 김밥을 다 먹고 일어나 길을 더 걸으며 보니 버스정류장 뒤로 큰 창고같은 건물과 사무실같은 건물은 교보문고 물류센터다. 그래서였을까? 큰 트럭 작은 트럭이 쉴새없이 오갔다. 교보문고 물류센터 길 건너편에는 김밥집과 편의점도 있었다. 아마도 물류센터 노동자들을 주 고객으로 하겠지. 물류센터 앞에만 짧게 인도가 있을 뿐 그후로는 인도는 없고 차도 한켠으로 물류센터 트럭들이 쉴새없이 다니는 길을 걸어야 했다.
공장지대와 차도를 걷는 길에서 벗어난 건 갈곡천과 만나는 오봉교에 거의 다왔을 때였다. 대형트럭들 때문에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기러기들의 모습과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도 여기서부터였다. 오봉교를 지나고 길을 걷는데 우리 진행방향에 붙은 의주길 스티커가 노랑(의주방향)이 아니라 보라라서 깜짝 놀랐다. 그래서 잘못 들었나 하다가 결국 파주읍행복센터까지 투덜거리며 갔다. 평일에 갔기 때문에 체온을 재고 전화인증을 하고 들어가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파주읍행복센터에서 화장실을 해결하고 읍내를 지나 파주초교로 갔다. 스탬프가 있는 파주향교를 가려고 보니 표지판이 파주초교를 향하고 있다. 어? 초등학교 안에 향교가? 설마하며 원래 진행방향으로 산쪽으로 가면서 보니 반대쪽에서 보이는 표지판도 역시 초등학교를 가리키고 있다. 울 동네 초등학교는 특별한 허가가 없으면 부모조차 들어갈 수가 없다. 이상하다 하면서 멈칫거리다가 학교 정문을 통과했다. 아무도 안 잡네? 운동장을 가로질렀지만 파주향교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샛문을 통과해서 나갔다. 향교는 없었다. 망할 표지판!!!!!
주내교회를 지나서 다시 산쪽으로 향했다. 파주향교는 부대를 지나 오른쪽에 위치했다. 부르르르르!
향교의 전경은 가는 길이 좀 더 높기 때문에 관찰할 수 있다. 다른 향교들처럼 여기도 개방되어 있지는 않다. 향교 앞에 하마비가 있어서 한번 찍어주고.
화장실은 과연 있을까 싶었는데 향교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화장실 건물이 있었다. 추운 날씨 탓인지 화장실에 전기난로도 켜져 있었다. 그 근처에 시베리안허스키로 추정되는 개 세 마리가 묶여있어서 좀 무서웠다.
파주고을길의 하이라이트는 여기부터가 아닐까 싶다. 이어진 숲길은 봉서산을 휘돌아 걷게 되어 있다. 중간에 원형전망대도 있는데 굳이 가보니 별 건 없었다 ㅎㅎㅎㅎㅎ 봉서산 숲길을 나오면 또 다시 논이 나오고 논에는 큰기러기와 쇠기러기들이 기럭기럭 시끄럽게 소리를 내며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기러기를 보며 논을 돌아 문산천 앞 사거리를 넘으면 이제 독서둑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개천에 있는 딱새와 쇠오리, 흰뺨검둥오리를 보며 지나가다보면 4길의 끝이자 5길의 시작점인 선유삼거리를 만난다.
의주길 4길은 중간에 파주읍내를 지나고 중간중간 편의점도 있어서 간단한 음식 등은 중간에 사먹을 수 있다. 전체 12.7킬로 중 공장과 물류센터 근처를 지나는 부곡3리 마을회관부터 오봉교까지 약 3킬로만 별로지만 그 별로인 길이 큰 트럭들과 함께 걷느라 신변에 위협을 느끼면서 걷는 길이라 전체적인 인상은 썩 좋지만은 않다. 그 중간을 잘라내고 걷는 건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