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레나 삽입 배경
나는 두 번의 출산 경험이 있고, 만 50세가 넘은, 곧 완경이 올 사람이다.
젊을 때는 월경통이 아주 심했고 월경량도 적지 않았는데 애 낳고 나서 월경량은 여전히 많지만 월경통은 그럭저럭 참을만해졌었다. 월경컵을 쓰면서 내 월경량을 알게 되었는데 보통 둘째날 하루에 60ml 이상, 아주 심할 때는 100ml이상 몰아서 쏟아내고, 다음날도 좀 양이 많아서 30~40정도 되다가 그다음부터 줄어드는 편이었다.
그러던 내 포궁에 근종 덩어리가 자라기 시작한다는 걸 알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최근 5년? 어쨌든 10년은 안됐다.
월경량이 많은 게 근종 때문일 수도 있다고 하고, 그럴 때 미레나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들었지만 언제 완경이 될지 모르는데 굳이...하면서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지내고 있다가 몇 년 전 꽤나 오랜 부정출혈로 고생을 해서 주사를 맞고 중단시킨 적이 있었고, 작년부터 부정출혈도 잦고 월경주기도 3주 정도로 짧아진데다 월경량은 여전히 많아서 빈혈이 올 정도였다. 그런 불편함을 호소하자 아는 분이 미레나를 추천해주셨고, 완경을 앞둔 나이임에도 미레나를 쓰고 나서 과다월경이 아주 좋아져서 만족스럽다고 강력하게 추천해주셨다. 혹시 몇 개월이 지나면 완경이 아님에도 월경을 안할 수도 있다니 솔깃하기도 했다.
드디어, 미레나를 장착하다
그리하여, 산부인과에 가서 상담을 했더니 미레나를 장착하면 처음 3개월은 팬티라이너로 감당가능한 수준의 부정출혈이 지속적으로 있을 수 있지만 양은 줄어들 거라고 했다. 다만 월경주기가 짧아지는 것은 갱년기라 그런 것이라서 미레나는 그것은 잡아줄 수 없다고 설명해줬다. 미레나 장착날 및 며칠간 또 출혈이 있을 수 있다고 했고. 좀 고민은 됐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완경까지라도 편하게 살자 싶었다.
월경이 끝난 이틀 후 9월 25일 미레나를 장착했고 장착날 약10밀리 정도(눈금이 표시된 월경컵을 쓴다)의 출혈이 있었으나 다음날에는 괜찮아졌다.
10월 15일, 팬티에 묻기는 하지만 팬티 밖의 옷을 적실정도는 아닌, 적은양의 점상출혈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월경 전조일 수 있었다. 다음날도 마찬가지. 그렇게 점상출혈이 3일간 있다가 그 다음 팬티라이너를 써야할 정도의 소량의 출혈이 4일정도 이어졌다. '음, 미레나 효과 이 정도면 훌륭해. 양이 확 줄었네.'하고 좋아했다. 크나큰 착각 이었다.
미레나의 저주-끊임없는 월경
일주일의 소량의 월경이 지나고 나니 본격적인 월경이 시작된 듯 양이 많아졌다. 팬티라이너로 감당이 안되고 패드를 써야하는 수준. 심지어 하루 40ml 이상의 과량의 월경이 나오는 날도 3일이나 이어졌다. 월경컵을 연속으로 너무 오래 쓸 수는 없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면월경대를 썼다. 외출하는 날에는 월경컵, 외출 안 하는 날에는 패드. 그렇게 월경이 지속되고 끝나질 않아서 산부인과에 가서 미레나가 빠지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NSAID와 빈혈약을 처방받고 왔다. 그래도 끝나지 않았다. 팬티라이너를 써야하는 수준의 월경이 일주일 정도 더 이어지고 그 다음 팬티와 휴지에 계속 묻는 정도의 점상출혈이 이어졌다. 그리고, 점상출혈이 일주일 있은 후에 다시 월경량이 늘었다 OTL
그제서야 미레나 사용설명서를 찾아봤다.
의사선생님이 설명한 처음 석달동안 팬티라이너 수준의 지속적인 출혈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임상시험에서 22%에서 나왔다는 저 것인 것 같다. 22프로면 1/5이니 적지 않은데? 그리고 생리 종료 후에도 약 67%의 여성이 불규칙적인 출혈, 즉 부정출혈을 경험했다고 하는데 67프로면 2/3다. 부정출혈이 있는 여성이 대부분이고 운좋은 1/3만 부정출혈이 없다는 얘기. 그리고 1년이 지나도 지속적인 출혈이 있는 운 나쁜 3프로가 있고, 부정출혈이 있는 사람은 19% 그러니까 1/5이나 있다.
무월경이나 드문출혈이 있을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나의 출혈 양상을 기록했다.
나는 미레나를 삽입 후 처음 20일 정도는 출혈이 없었지만 일단 시작하고 나니 51일간 이어졌다. 첫 시작은 점상출혈처럼, 그러다가 팬티라이너 수준에서 패드 수준, 그리고 과거처럼 양이 과량인 날도 있었다. 그렇게 두 월경주기를 이어서 51일간 지속출혈을 하고 나니 지겹기도 하고 짜증도 났지만 보통 3개월이 지나면 많이 좋아진다고 하니 3개월만 참아보자 생각했다.
12월에 맞은 세 번째 월경주기는 팬티라이너 수준으로 미약하게 시작했다가 패드 수준으로 약간 양이 늘었다가 다시 팬티라이너 수준으로 질질 끌다가 11일만에 끝났다. 기간은 길었지만 전체적으로 양은 줄었으니 이게 미레나 효과인가 싶기도 했지만 하도 지겹게 피를 흘려서 12월초에 한의원에 가서 약을 지어먹을 때 한의사쌤이 양이 줄거라 했으니 한약 효과일수도 있었다. 어쨌든 나는 지속적인 출혈을 경험하는 1/5에 속하는 여자인 것 같았다. 미레나 장착하고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92일 중에서 출혈이 없던 날이 29일, 있던 날이 63일, 정말 지긋지긋했다.
미레나 장착 후 3개월도 더 지났다
그리고, 새해가 밝았다. 미레나 삽입 후 네 번째 주기
11일에 점상출혈 수준으로 가볍게 시작해서 이틀이 지났다. 이번에는 정말 미레나가 월경량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나보다 살짝 기대했다. 3일째가 되자 팬티라이너 수준으로 양이 늘었다. 그렇게 또 3일. 그 다음 점상출혈 수준으로 다시 양이 줄면 미레나가 효과가 있겠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 첫 주기처럼 양이 적게 일주일 가다가 그 다음 과다월경을 할 것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더니 역시나, 하루 40ml을 초과하는 과량의 월경이 나오다가 그 다음 조금 줄어서 20ml을 초과하는 수준이다가 팬티라이너 수준이 한 일주일 더 이어진 후에 끝났다. 네 번째 월경주기까지 지나고나니 미레나를 더 버티는 게 맞는지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나에게 미레나란
아는 분은 미레나 덕에 끔찍했던 월경통이 없어졌다고 했다. 나는 이미 월경통이 끔찍한 수준은 지났다. 그냥 불쾌한 통증이 느껴지는데 못 참을 정도는 아닌... 그런데 미레나를 하고 나서도 그런 불쾌한 통증이 이어졌다. 월경하는 날이 기니까 오히려 통증이 있는 날이 더 길었다.
내가 미레나를 한 이유가 무엇인가? 월경량 감소다. 그런데 첫 월경주기와 두 번째 월경주기는 끊기지 않고 이어지면서 오히려 첫 두 달동안은 월경 총량이 늘었고, 세 번째 달에 살짝 줄긴 했지만 그건 한약발일 수 있다.
그리고 네번째 주기가 되자 확실해졌다. 전처럼 하루에 60밀리 이상 집중호우처럼 쏟아내던 걸 피크를 눌러주면서 오래 장마처럼 내리게 해주는 효과만 있다는 것. 전체 월경량을 줄이는 효과는 없다는 것. 적어도 나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월경이 끝나고 다음 주기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기다려서 산부인과를 방문해서 미레나를 뺐다. 미레나는 자궁벽에 혈액이 쌓이는 것을 줄여주는 효과가 생겨서 월경량 감소/무월경 등을 일으키기 때문에 나의 경우 미레나 장착 후 다섯 번째 월경주기도 미레나의 영향이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산부인과 쌤도 그렇게 말했고.
대망의 다섯번째 월경. 양은 전혀 줄지 않았다. 미레나가 없을 때처럼 처음 2-3일간 하루에 40~80ml이상 과량의 월경이 나오고 그 다음 양이 줄었다. 역시 나에게 미레나의 효과는 월경피크를 그저 눌러서 길게 방출되도록 함으로써 하루에 쏟아내는 방출량을 줄일 뿐 월경총량을 줄이는 효과는 없었다. 괜히 월경만 더 길게 해서 더 힘들었을 뿐.
미레나는 호르몬제고 사람마다 효과가 다를 수 있다.
나에게는 너무 좋았어도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고, 원하는 효과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그러니 무월경을 기대하고 장착할 생각은 하지 마시길. 그리고 꽤나 많은 사람들에서 3개월의 부정출혈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시길. 그 후 좋은 세상이 올지는 또 겪어봐야 알 일이다. 어쨌든 나는 5개월을 썼고 실패했다.
첫 몇 개월동안 끝나지 않는 월경의 터널을 경험할수도 있다는 걸 감안하고도 다른 효과(월경통 감소, 피임, 혹시 나타날 수 있는 무월경 또는 드문 월경 상태 등)를 노린다면 써보시라고 할 수 있겠다. 근데 나는 실패했으므로 차마 추천은 못하겠다. 개인의 선택이고 써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거라.
체중증가
미레나에 대해 찾아볼 때 부작용으로 체중이 늘었다는 얘기가 많았다. 나 역시 미레나를 장착한 4개월동안 체중이 4킬로나 늘었다. 밤에 간식을 조금 먹긴 했지만 운동량도 전과 비슷했는데 짧은 기간에 4킬로나 증가한 것이다. 밤에 먹은 얼마 안되는 간식 탓인지 미레나 탓인지 둘 다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은 미레나를 제거한지 열흘이 되었고 미레나 제거 후 체중이 줄어든다면 미레나의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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